한국스포츠맨십의 전도사 반하트

한국스포츠맨십의 전도사 반하트

(<스포츠맨십의 전도사 반하트>, 임연철 지음, 신앙과지성사 펴냄, 2021)

시방 한국에서 기독교(교회)가 처참하게 지탄받는 이유는 초창기에 너무 잘했기 때문이 아닐까? 선교사들을 제국주의의 앞잡이니 등등 평가절하하는 소리들도 많았지만, 외국인의 신분으로 미천한 이 땅에 와서 그들만큼 살고 일했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게 중에는 눈살을 찌푸릴 일을 하고 친일에 앞장섰던 사람들도 있지만 이름만 쭉 적어도 한 열 페이지는 될성싶은 분들이 정말 헌신적인 삶을 사시다 순교하거나 불행한 시간과 싸우며 살아갔다.

제 나라에 있었으면 폼나게 사실 분들이 많았다. 희생적 삶을 사시면서 전했던 그들의 복음이 탄력을 받아 이 땅 위에서 많은 사건과 결과물들을 세워나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학교와 병원과 교회이고 그것들은 우리에게 대충 각인되어 있다. 그런데 반하트는 좀 색다르다. 100년 전 스포츠맨십의 전도사로 성경보다 더 귀중히 축구공, 배구공, 야구공, 농구공을 큰 가방에 넣어 와서 이 스포츠 놀이를 처음으로 가르치기 시작한 체육선생이기 때문이다.

이 책 <YMCA 통해 100년전 농구 축구 배구를 전한 한국스포츠맨십의 전도사 반하트>는 우리가 즐기는 스포츠 축구 야구 배구 농구를 처음 소개한 YMCA 체육교사 ‘반하트’의 100년 체육사의 발자취이자 희망과 절망의 역동적 삶의 기록이다.

‘반하트’는 한국 체육사에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한국 이름 ‘반하두’나 본명인 ‘반하트’가 낯설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매번 수십 개의 메달을 따고 프로 구단이 있을 만큼 활성화된 축구 야구 농구 배구는 물론, 육상과 학교 체육 등 21세기 한국 체육이 오늘의 위상을 갖게 된 데는, 100년 전 전문 체육지도자로 등장한 반하트의 역할이 매우 컸다.

1916년 3월 내한해 1940년 11월 한국을 떠날 때까지 YMCA를 통해 한국을 위해 봉사한 B. P. 반하트의 삶은 일제강점기 고통 속에 신음하던 한민족과 궤를 같이하는 굴곡 많은 삶이었다.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는 식민지 백성에게 체육을 통해 생활의 활력을 넣어 주려했고 교육과 농민운동을 통해 청소년과 농촌에도 삶의 활기를 넣어주려고 진력을 다한 봉사의 삶이었다.

53년의 생애 중 20대 후반부터 30대와 40대 삶의 전성기 24년을 한국에서 일한 반하트는 1940년 미국 일본 관계가 악화되며 철수령에 따라 한국을 떠났다. 그러나 한국을 ‘제2의 조국’으로 생각한 그는 언제든 여건만 되면 다시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미국인 동료들에게 말할 만큼 한국의 모든 것을 좋아했다. 한국의 산과 바다, 그가 교육했던 젊은이를 비롯해 동료와 기독교인 등 한국의 자연과 사람을 사랑했던 반하트는 당시 국제정세로 말미암아 그의 삶 끝까지 한국과 함께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이게, 보이지 않게 남긴 흔적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YMCA와 체육계를 비롯한 현대 한국 사회 곳곳에 그 결과로 남아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유관순 열사를 거두어 주고 살며 공부시킨 ‘사애리시 선교사’의 전기를 내고 그것을 토대로 국민훈장까지 추서 받게 했던 임연철 박사(전 동아일보 문화부장, 국립극장장)가 사애리시의 이야기를 정리하다 발견한 것이 유관순 시신을 지키고 장례를 치러준 지네트 월터(이화교장) 선교사 이야기다, 또 지네트 월터를 집필하다 발견한 것이 ‘반하트’체육선교사 이야기다. 재미있다. 꼭 일독을 부탁한다.

세 번째로 이어지는 임 박사의 한국기독교 역사 속의 인물 열전인데, 70이 훨씬 넘은 연세에 반하트를 끝내고 나서 또 시작한단다. 공주에서 헌신했던 ‘마랜보딩’간호선교사 이야기를 또 쓴단다. 하여 내년 초 마랜보딩의 고향 덴마크 생가를 가신단다. 열정이 대단한 필자이신 것까지는 좋은데 걱정이다. 아직 소개할 몇 명 더 남았단다. 신문기자 출신의 역사학도라 그런가? 그의 행보가 매우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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