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준교수가 새로 쓴 ‘세이비어교회 이야기’를 읽고-이후정 총장(감신대)

미래교회의 포괄적 대안 :

 

유성준교수가 새로 쓴 세이비어교회 이야기를 읽고

 

이후정목사 (감신대 총장)

 

그동안 세이비어교회 사역의 소개를 통해 한국 기독교에 많은 독자층을 가져온 유성준교수는 이번에 전적으로 새로운 포맷 속에 귀중한 노고와 함께 쌓아온 연륜과 경험을 담아 우리에게 선사하게 되었다. 이 책이 나온 것을 기뻐하면서 진심으로 추천하는 마음을 가지고 서평을 하려고 한다.

 

기독교가 처음 이 땅에 들어오던 때, 외부에서 들어온 새로운 종교에 대해 조선의 백성들은 가히 폭발적으로 반응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이를 위험하다고 여긴 조정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통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기독교가 확산되던 조선 말기, 조정이 사상적·철학적·종교적 통제력을 상실한 때에 기독교는 대중적 포교를 앞당기게 되었다.

 

조선 말기,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급속히 놀랍게도 전파된 것은 기독교에 대한 백성들의 열렬한 기대어린 반응과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기독교는 단순한 하나의 종교가 아니라 시대를 선도하고 개혁하는 삶의 이정표였고 방향타였다. 특히 교회가 가진 평등성의 가치는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변혁과 희망으로 가는 도약의 발판을 제공하였다. 교회는 “신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교리 아래 많은 학교를 세워 차별 없이 배우도록 하고, 병원을 지어 아픈 이들을 치료했다. 이와 같은 만인의 평등성과 교육 및 의료선교는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이후 100년 넘게 지나온 한국기독교의 역사에 있어 크나큰 성장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평등성의 가치가 무색하게 교회에서는 섬김의 직분이라는 본질보다는 위계적 구조가 앞섰고, 교회의 진정성이 교인 수와 물질의 증대인 것처럼 외적 성장에 몰두했으며, 미신·광신·이단 등 잘못된 형태들로 성찰적인 신앙의 성숙을 외면했다.

 

그 결과 작금의 기독교는 어떤 점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의 존귀함과 주체적 가치의 함양을 상실하게 되었으며, 사회적 공신력은 바닥에 떨어지는 실망을 가져왔다. 교회가 고유한 본질과 가치를 추구하면서 이 시대와 사회에 소망을 주는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기관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어가는 아픔도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코로나 19가 시작되고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몇몇 개신교가 보여 준 비이성적이며, 반사회적인 모습은 ‘개체교회 중심주의와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사회의 손가락질을 불러왔고, 불일 듯 타오르는 교회의 위기상황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어버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믿는 자여 어이 할꼬”라는 찬양의 가사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탄식처럼 터져 나오는 시대적 상황 가운데, 예언자적 내용을 담은 “유성준 교수의 새로 쓴 ”세이비어 교회 이야기”가 출판되었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처음 들어와 사람들이 열광하던 시대에 창출되었던 ‘진정한 교회(Authentic Church)’로서 갖추어야 할 원리와 요소들, 나아가 삶의 방법론과 실천 매뉴얼들이 함축되어 있다. 그 핵심내용을 정리해 본다면,

 

첫째, 균형성이다. 즉 영성과 사역의 균형이다. 이를 내적 여정(Inward Journey)과 외적 여정(Outward Journey)이라고 칭한다. 존 웨슬리는 궁극적인 목표를 예수그리스도의 대계명인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Loving God and Neighbor)에 두고, 이를 위해 경건의 훈련(Works of piety)과 자비의 훈련(Works of mercy)을 실천했다. 이것이 세이비어교회의 핵심 목회철학인데, 참되고 진정한 내적 여정은 이웃과 사회를 향한 외적 여정으로 향할 수밖에 없음을 피력하면서 다양한 실천방법들을 제공한다.

 

둘째, 다양성이다. 매우 다채로운 사역의 실천이다. 행함이 아닌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는 은총만이 복음의 진리이나, 그것을 잘못 전개한 결과 이분법적 절연에 치우쳐, 사회구원을 살피지 못하고 개인구원에 치중한 모습이 이 시대 한국교회의 주된 약점이 되었다. 세이비어교회는 내적 여정(Inward Journey)과 외적 여정(Outward Journey), 그리고 함께하는 여정(Journey Together)을 걷는다.

 

사역(Ministry)의 어원은 빼는 것(minus)을 함의하는데, 내가 없어지고, 비워지는 것이다. 세이비어교회의 대표적인 사역들은 토기장이 집 카페, 서번트 리더십 학교, 데이스프링 침묵기도 수양관, 노숙자병원 그리스도의 집과 카이로스의 집, 빈민주거사역-새 공동체 교회 등이 있다. 사역을 행하는 공동체는 10개로 흩어져 믿음과 섬김으로 함께하는 여정(Journey Together)을 걷는다. 생명의 빵 교회, 데이스프링 교회, 제8일 신앙공동체, 축제교회, 예수님의 친구들 교회, 희년교회, 새 공동체 교회, 구도자교회, 그리스도의 집, 그리스도의 교회, 지금 즉시 등이다.

 

셋째, 구체성이다. 수많은 사역들이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갖추어져 있다. 믿음과 열정으로 섬기는 사역에 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계화된 사역의 매뉴얼이 필요하다. 이 책에는 그리스도의 집-노숙자 병원, 카이로스의 집-노숙자병원과 연관된 재활 프로그램, 데이스프링 침묵기도 수양관, 믿음과 재정 네트워크, 어린이 사랑모임-양부모 사역, 희년 주거사역, 희년 직업소개 사역, 토기장이의 집 카페, 사마리아 주거 사역-중독사역, 시타 예능센터-빈민청소년 예능사역, 회복 카페 등 매우 고귀한 세이비어교회의 구체적인 사역 매뉴얼을 담고 있다.

 

넷째, 적용성이다. 이 책은 독특한 교회 한 곳을 단순히 알리는 정보에 그치지 않고, 다각적인 아이디어(Idea)와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제공한다. 특히 ‘섬김’과 ‘종, 노예’를 의미하는 ‘서번트(Servant)’는 이제 사전적 의미를 넘어, 그리스도인으로서 함양하고 체계화해야 할 고유성과 필연성의 가치이다. 서번트를 각자가 처한 환경과 조건에 맞게 적용과 실천을 모색한다면, 우리의 신앙과 목회, 사역의 자리를 넉넉히 갱신하고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방향성이다. 사변적인 이론에 그치지 않고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실제적인 이정표를 발견하게 한다. 단어, 문장, 문단 하나하나 정독하고 곱씹으며, 성찰하고 계획한다면, 이 책은 감추어진 보물과 값진 진주가 될 것이다. 코로나 시국이 지속되면서 교회가 처한 엄청난 위기의 시대에, 하나님 나라와 진정한 교회를 회복하고 맛보며 누리기 위해 이 책의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주목을 받을 것을 확신한다. 시기적절하게 아주 좋은 책을 저술하여 한국 개신교에 또 한번의 경종을 울려준 유성준 교수님께 심심한 사의를 표하며, 앞으로 이 책이 많은 교회의 지도자들, 신학도들, 나아가서 일반 평신도 등 광범위한 독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을 믿고 소망하며 서평을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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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정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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