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94세 신학자 “내 묘비명엔 사망 아닌 부활 날짜 새길것”

獨 94세 신학자 “내 묘비명엔 사망 아닌 부활 날짜 새길것”

몰트만 책 ‘나는 영생을 믿는다’ 제자 이신건씨가 번역해 출간

 

독일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그는 최근 번역 출간된 '나는 영생을 믿는다'에서 부활의 희망을 강조한다. /신앙과지성사
독일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그는 최근 번역 출간된 ‘나는 영생을 믿는다’에서 부활의 희망을 강조한다. /신앙과지성사

올해 94세 노(老)신학자가 제자에게 물었다. “내 비석에 무슨 글을 새길지 아느냐.” “출생일과 사망일이겠죠.” “아니, 출생과 부활의 날짜다. 내가 죽은 날에 나는 부활할 것이다.”

독일의 저명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이 작년 한국을 찾았을 때 제자 이신건과 나눈 대화다. 최근 이씨의 번역으로 출간된 ‘나는 영생을 믿는다’(신앙과지성사)는 노신학자의 삶과 신앙, 신학이 녹아있다.

몰트만 박사의 일생은 20세기 독일 현대사와 겹친다. 청년 땐 나치에 징병돼 2차대전에 참전했다가 영국군 포로 생활도 했다. 진정한 신앙을 갖게 된 것은 스코틀랜드의 포로수용소에서였다고 한다. 종전 후 괴팅엔대 신학부로 진학해 개신교 신학을 전공했다. 국내에도 ‘희망의 신학’ 등 저서가 소개됐다.

 

위르겐 몰트만 박사의 저서 '나는 영생을 믿는다'
                                                             위르겐 몰트만 박사의 저서 ‘나는 영생을 믿는다’

 

스스로 ‘마지막 책이 될 것’이라고 밝힌 ‘나는 영생…’에선 90대에 접어들어 상처(喪妻)한 후 느끼는 쓸쓸함도 감추지 않는다. “나의 아내 엘리자베트가 2016년에 사망한 이래 나의 관점은 바뀌었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나에게 개인적인 문제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또 책을 쓴 목적을 ‘죽음의 기술’이 아니라 ‘부활의 기술’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죽음의 기술은 우리가 오직 한 번만 실천할 수 있지만, 부활의 기술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항상 실천할 수 있다”고 적었다.

책은 예수 부활 사건을 중심으로 ‘죽음 후에도 생명은 존재하는가?’ ‘영원한 생명: 우리는 무엇에 대해 질문하는가?’ ‘우리는 죽는 순간에 부활할 것이다’ ‘살아있는 영혼의 죽음과 깨어남’ 등으로 이어지며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 ‘시간의 매 순간은 미래의 시작이다. 그리고 과거는 원래 지나간 미래다. 출생이 죽음보다 앞서듯이, 미래는 과거보다 앞선다’ ‘영원한 안식은 영원한 죽음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등 잠언 같은 구절도 즐비하다.

몰트만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조상 숭배는 뒤를 향해 ‘시조(始祖)’들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앞을 향해 죽은 자들의 부활과 하나님의 미래 세계의 생명을 지시한다”며 “이 미래의 희망 안에서 우리는 우리의 조상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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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신학자가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한 메시지는… [출처] – 국민일보

老신학자가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한 메시지는…

나는 영생을 믿는다/위르겐 몰트만 지음/이신건 옮김/신앙과지성사

위르겐 몰트만 박사(오른쪽)가 2012년 5월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강연하고 있다. 옆은 그의 제자이자 ‘나는 영생을 믿는다’ 번역자인 이신건 목사. 신앙과지성사 제공

‘희망의 신학자’ 독일 튀빙겐대 명예교수 위르겐 몰트만(94) 박사가 전 세계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자 한 이야기는 ‘영생’이었다. 몰트만 박사는 최근 스스로 “내 마지막 저서”로 명명한 책 ‘나는 영생을 믿는다’(신앙과지성사)를 펴냈다. 20세기 후반 현대신학계를 개척한 인물로 꼽히는 몰트만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사회에 팽배했던 ‘실존주의 신학’ 대신 ‘희망의 신학’을 주창해 주목을 받았다.

그가 죽음과 영생, 부활을 깊게 성찰한 이 책을 펴낸 계기는 2016년 아내의 별세였다. 책은 자신처럼 가족 친지 등의 죽음을 맞은 이들에게 부활의 희망과 확신을 전하기 위해 썼다. 학술적 논문은 아니지만, 그간 주창해온 신학이론이 녹아있다. 그 역시 고령이기에 죽음을 신학적으로 고찰한 이번 작업이 각별했던 것으로 보인다.

몰트만 박사는 “보이는 이 세계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세계에 죽은 자들이 존재해 있다고 믿는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후에도 우리는 계속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주장의 근거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다. 초대교회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개인의 부활이 아닌,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일어날 사건으로 인식했다. 다만 부활의 형태에 있어선 예수와 다를 거라고 봤다. 예수는 그의 무덤에서 육체로 부활했으나, 인간은 죽는 순간 영생으로 부활한다는 게 몰트만 박사의 견해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의 생명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낱알이 땅에서 썩어야 꽃이나 나무를 피워내듯이 우리의 신체 역시 죽음을 거쳐 썩지 않은 영생을 얻는다. 독일 나치정권에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 역시 이런 영생의 소망을 품었다. 본회퍼 목사는 1945년 4월 9일 플로센부르크 강제수용소에서 처형당하기 직전 동료 수감자에게 “이것이 마지막이지만, 내게는 영원한 생명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몰트만 박사는 “우리가 ‘영혼의 어두운 밤’이나 육신의 고통 속에 있을 때, 그리스도는 우리 곁에 계신다. 그리스도는 겟세마네와 골고다 사이에서 하나님에게 버림받는 저주의 죽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며 “그리스도의 지옥행 이래 모든 희망이 사라진 곳에도 희망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홀로코스트, 핵전쟁, 기후위기 등 제2차 세계대전부터 지금껏 불거진 인류의 악을 열거한 뒤 “하나님의 아들은 모든 버림받은 사람들과 연대한다”며 장차 도래할 하나님 나라의 부활을 고대한다.

“인생은 온통 허무할 뿐이고, 죽음 후에 우리를 기다리는 것도 오직 허무가 아닌가. 그러나 몰트만은 외친다. ‘아니다!… 우리는 죽어도 다시 일어날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해도, 희망만은 포기하지 말자!’”

몰트만 박사의 제자로 이 책을 번역한 이신건 목사의 헌사다. 코로나19 시대에 죽음과 절망으로 쓰러진 인류에게 보내는 노신학자의 마지막 당부같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67864&code=23111312&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