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예수의 삶 속에 드러난 여성들의 감동적인 모습 – 예수는 페미니스트였다/ 레너드 스위들러 지음/이성청 옮김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우신 창조질서이기 때문에 여성을 안수해 직분을 계승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남녀의 관계와 질서에 관한 성경 전반에 걸친 가르침을 따를 것이다.” 국내 한 교단이 지난달 열린 총회에서 여성 목사안수 불가를 재확인하며 발표한 내용이다. 과연 예수님의 생각도 그럴까. 미국 템플대 종교학과 교수이면서 50년 이상 ‘종교 간 대화’ 분야를 개척해 온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여성은 기독교 신앙과 공동체를 세우고 지키는 데에 ‘사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어 “성경 첫 장에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고’는 여자 남자, 각 개인이 인간으로서 하나님의 영원한 가치를 지녔다는 선포”라며 “예수는 소외된 계층에 초점을 맞추신 게 아니라 하나님 형상으로서의 개인에게 관심을 기울였다”고 강조한다. 책은 예수의 삶 속에 드러난 여성을 잘 정리해 놓았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는데, ‘예수는 페미니스트였다’는 사실과 ‘예수는 이혼과 재혼을 금기시하지 않았다’ ‘여성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기독교는 없다’는 것이다. 복음서를 바탕으로 논증했다. 일례로 예수는 복음의 핵심인 부활을 여성에게 처음으로 나타내 보이셨고, 그들로 하여금 나머지 제자들에게 자신의 부활을 ‘증거’하게 했다.(요 20:11, 마 28:9, 막 16:9) 예수는 이처럼 여성을 제자와 사역자로 삼아 당시 여성에게 불리한 관습에 도전했다. 남녀관계의 규정에 도전한 또 다른 사례가 바로 사마리아 여인이다.(요 4:5) 사마리아인과는 상종하지 않던 유대인과 달리 예수는 사마리아인, 그것도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을 건넸다. “여성을 향한 예수의 긍정적인 태도는 복음서에 기록된 그의 말 속에 잘 드러난다. 예수는 당시의 관습과는 대조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나 우화에 여성을 자주 활용했다. 또 예수가 사용했던 여성의 이미지는 언제나 긍정적이었다. 그는 가르치고자 하는 요점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여성의 친숙한 이미지를 자주 활용했다.”(80쪽) 이 책은 1971년 출판됐다. 페미니즘 연구의 고전으로 꼽힌다. 이제야 번역서로 만나게 된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여전히 한국교회 안에, 우리 시대에 존재하는 가부장적 사고나 남성지배적 신앙관에 작은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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