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뼈저린 회개가 최대의 애도” 기도문집 ‘내 영혼의 작은 흔들림’ 펴낸 김기석 목사
ㆍ기도문집 ‘내 영혼의 작은 흔들림’ 펴낸 김기석 목사 “꽃 같은 아이들의 서러운 주검이 실려나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가슴은 무너졌습니다. 주님, 차마 우리를 용서해달라고 기도할 수 없습니다. 이런 위험한 세상을 만들어 놓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이들을 징계해 주십시오. 이웃의 고통에 둔감한 굳은 마음을 도려내주시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울고 웃는 이들과 함께 웃는 참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주십시오.” 최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교회 가는 길’ 프로그램에서 낭독된 김기석 목사(57)의 기도문이다. 김 목사는 2010년부터 일요일 아침마다 ‘김기석 목사의 오늘의 기도’를 내보내고 있다. 이번에 그 기도문을 모아 <내 영혼의 작은 흔들림>(신앙과지성사)을 펴냈다. ▲ ‘평화세상 여는 녹색교회’ 표방 서울 청파교회서 27년간 시무 청파교회는 지하철 남영역 건너편 주택가에 있다. 역사가 106년이나 됐다. 1980년 이후 한번도 고쳐 짓지 않은 아담하고 오래된 교회는 마치 도심 속의 수도원처럼 고요하고 경건한 분위기다. 김 목사는 구도자형 목회자, 실천적 영성가로 알려져 있다. 1997년부터 27년째 청파교회를 이끌고 있는 그는 “사는 모습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것이 참된 신앙”이라고 말한다. 김 목사는 환경 문제를 신앙의 본질로 삼았다. 그가 내건 청파교회의 목표는 ‘평화세상을 여는 녹색교회’다. 교회 건물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에너지 빈곤층을 돕는다. 비행기로 여행을 다녀온 교인들은 자발적으로 탄소배출헌금을 낸다. 이 돈을 모아 사막화 방지를 위한 몽골 나무심기에 매년 2000만원씩 보내고 있다.“자본주의 문명은 세상을 착취하고 파헤치고 훼손하고 오염시키고 있죠. 세상에 하느님의 숨결이 닿지 않은 생명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반환경적인 것은 반신앙적입니다. ” 김 목사는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시, 소설, 동서양 고전이 두루 동원되는 그의 설교와 기도는 진정성과 설득력, 인문학적 성찰과 문학적 표현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교를 글로 옮기면 그대로 한 편의 아름다운 신앙에세이가 된다. 그래서 설교가 곧바로 기독교 매체 등에 공개되고 많은 네티즌들이 퍼나른다. 기도집 <내 영혼의…>도 문학적 감수성과 성찰적 언어가 빛난다. ‘우리 영혼이 하늘빛으로 물들게 해 주십시오.’ ‘가난하고 소외된 우리 이웃들이 이제는 기지개를 펴도 되는지요?’ ‘우리 눈에 드리웠던 우울과 낙담의 비늘이 벗겨지니 비로소 세상이 온통 주님의 은총으로 충만함을 알겠습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영혼을 시원케 하는 샘물이 되게 해주십시오.’ “교회에서조차 박수치고 찬송하느라 지쳐서 하느님을 대면할 시간이 없습니다. 고요히 삶을 돌아보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세월호의 자리에서 깊은 기도로 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뼈저리게 회개하고 새로운 삶의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그것이 저 무고하게 죽어간 이들에 대해 우리가 표할 수 있는 최대의 애도입니다.” 그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무리들,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지 않은 이들을 용서니 화해니 하는 말로 그냥 넘어가면 결코 안된다”며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부정의 연대와 파렴치, 무책임, 무사유가 되살아나지 않도록 끈질기게 기억해내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 진도 앞바다에 세워진 십자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이냐’고 묻고 있습니다. 그들의 희생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디딤돌로 삼지 않는다면 우리 죄는 용서받을 길이 없어요.” 글 김석종 선임기자·사진 김영민 기자 sj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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