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며 춤추라

 

사랑하며 춤추라

<사랑하며 춤추라>, 원혜영, 김장생 외, 신앙과지성사, 2018

미국에서 한인교회 목회를 성실하게 한 사람으로 소문난 김정호 목사가 태평양을 건너와 반갑게 만날 때마다 단골 밥상의 굴비처럼 귀하게 나눈 이야기가 이 책의 기획 단초가 되었다. 김 목사는 미군 부대가 유독 많았던 의정부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다 이민 갔던 1.5세인데 자신은 선생님들을 잘 만나서 나름 사람이 되었다고 하면서, 지금은 목회에 지치고 삶의 의미가 무너져 내려도 찾아갈 선생님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김 목사는 목회 초년병 시절 곽노순, 홍근수 두 분의 목사님을 만나서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가르침을 받으며 살아온 것이 너무나 큰 재산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뵙지는 못했지만 장인어른(난지도의 성자 황광은 목사)의 예수처럼 살아오신 짧은 생애에도 큰 감명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김 목사의 진지한 “어른이 그리운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몇 번 되풀이 되었을 때 광현교회 서호석 목사가 제안했다. “그럼 우리가 만날 수 없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면 어떨까?” 그게 좋겠다면서 두 사람은 크게 공감을 표하고 갔지만, 숙제는 내게 떨어졌다. 이리 궁리 저리 궁리하다가 “예수의 삶을 살아낸 어른들의 이야기”를 부제로 하여 내 책상 앞에 그려진 지도는 다음과 같다.

대천덕 – 예수원에 연락하여 큰아드님에게 글을 부탁했는데, 자신은 한국말에 미숙하고 수제자 격인 양혜원 선생을 추천하여 집필.
장기려 – 인척이 없으므로 저서를 낸 지강유철 선생에게 간곡히 부탁하여 집필을 의뢰함.
원경선 – 장남인 원혜영 의원에게 부탁. 쉴틈 없이 바쁘다는 것을 간신히 집필 부탁함.
김용기 – 손자인 김장생 교수에게 부탁하여 아프리카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집필토록 함.
조아라 – 딸과 같은 YWCA연맹 사무총장 유성희 박사를 간곡히 청하여 집필토록 함.
나애시덕 – 양아들 격인 최종수 목사님에게 집필토록 함.
황광은 – 사위인 김정호 목사가 집필. 서문까지 씀.
권정생 – 친구인 종로서적 사장을 지낸 이철지 장로님이 고령에도 불구 투혼의 글솜씨 발휘함.
이현필 – 한겨레신문 조현 기자님께 정성을 다해 집필 부탁함.
마지막으로 전체 발문을 김기석 목사께서 흔쾌히 집필하기로 함.

워낙 유명하신 어른들의 글을 한군데 모아놓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또 그 의미를 더하려고 그분들과 가까이에 있는 분들을 집필자로 삼으려니 더욱 그러했다. 6개월이 넘게 씨름하여 원고를 받아냈다. 아홉 분의 훌륭한 어른들의 이야기가 한 그릇에 담겨 책으로 나오니 정말 보람이 컸다.

예수님의 길을 따르려 했던 분들의 삶을 담았다. 예수를 따르는 것이 실종된 채 겨우 교회 다니는 것으로 버티는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좋은 교훈이 될 책이다. 아홉 어른의 삶의 모습은 우리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하는 책을 탄생시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김정호 목사의 서문대로 어느새 우리가 바라보고 살았던 어른들이 너무 많이 떠나셨다. 그러던 사이 뒤따라오던 후배들이 어른 노릇 제대로 못 하는 우리 세대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 어른 노릇은 감당하지 못하지만, 이 책을 세상에 펴냄으로 우리를 따라오는 세대들에게 오늘의 우리를 가능하게 하신 어른들을 만나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소중한 책이다.

김기석 목사의 발문 마지막 부분이다. “세상이 어둡다.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어른들의 삶의 내력에 귀 기울이다 보면 희망이 있느냐는 물음 자체가 죄스럽게 여겨진다. 그들은 희망에 관해 묻지 않고 희망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우리 앞에 별처럼 빛나는 존재로 우뚝 서 있다. 그대는 어떻게 살 것인가? 모름지기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존재들이라면, 이들처럼 한번 살아보아야 하지 않겠나?”

나는 이 책이 나오자마자 서호석 목사와 함께 김정호 목사가 시무하는 뉴욕의 훌러싱교회로 갔다. 얼마나 많이 팔릴지는 하늘에 맡긴 채 귀한 출판기념회가 먼 곳에서 열렸다. 2018년 가을이었다. 우리 세 사람이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야기했던 신앙 선배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책으로 엮어진 것이다.

서평을 맡으신 조영준 목사님은 눈물을 흘리시며 목이 메어서 제대로 말씀을 전달하지 못하셨다. 이렇게 좋은 책이 나왔으니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회마다 이웃마다 읽고 나누었으면 참 좋으련만.

최병천 장로(신앙과지성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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